Betty's Review/시(詩)의속삭임

[시(詩)가 말을 걸다]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면.

Betty1983 2016. 2. 29. 01:25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 그대에게 가고 싶다 中에서-








사랑이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이라고 했던가요. 

내게 있어 사랑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서 걸어보기도 하는 것입니다.

다만, 내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이유는 오직 당신에게 닿는 지름길을 찾기 위함이요,

 혼자서 걷기를 자청하는 까닭은 내 삶의 짐을 당신에게까지 지우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입니다.


아직은 나 스스로도 나를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당신과 만나지겠나요.

당신과 나,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 지고 가야할 삶의 무게가 있고, 그것은 결코 덜어지지 않는 것이지요.

그 무게가 우리의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인지는 세상의 그 어떤 문장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겁니다.


단지, 내가 스스로의 무게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때,

알 수 없는 것들로 넘치게 가득차 아우성대던 내 마음이 마침내 고요함에게 그 자리를 내어줄 수 있을 때,

그토록 성숙해지는 날이 와야만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라도 당신에게 갈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은연중에 누군가로부터 진정으로 사랑받고, 보호받고, 안식을 얻는 삶을 꿈꾸었던 것 같아요.

그 누군가도 다른 이로부터 진정으로 사랑받고, 보호받고, 안식을 얻는 삶을 꿈꾼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터,

정해진 화폐의 가치처럼 현실적으로만 다가오던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서 내가 바라던 사랑을 내려놓았지요.


 당신이 내게 모든 것을 걸거나, 내가 당신에게 전부를 던지는 기적 같은 일은 없다 해도,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때로는 혼자 걷더라도 끝내는 당신에게 닿기를 소망합니다.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마저 친구로 삼아 서로의 곁에서 기꺼이 쉬어갈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