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Review/시(詩)의속삭임

[시(詩)가 말을 걸다] 아마도, 영원한 나의 환절기.

Betty1983 2016. 12. 26. 15:32








네게는 찰나였을 뿐인데

나는 여생을 연신 콜록대며

너를 앓는 일이 잦았다.


-서덕준 : 환절기-





책을 펼쳐도 활자에 집중할 수가 없고, 여행을 앞두고 영어 공부를 해보려고 해도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의미하게 손 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인터넷 연예 뉴스를 읽거나 갤러리를 들락거리는 일이 깨어있을 때 하는 일의 전부,

그 외의 시간은 죽은 듯 자거나, 습관적으로 청소를 하거나, '도저히 안 되겠다.'싶은 마음이 들면 겨우 산책을 나선다.


운동은 아프기 싫어서, 식단조절은 살찌기 싫어서, 책 읽는 건 멍청한 게 싫어서,

화를 보는 건 통신사 VVIP 혜택 날리기 아까워서, 자살은 무섭고 보험금도 안 나오니까 '일단은 살자' 싶은 게 내 상태.

언젠가부터 만사에 무디다 못해 무감각해졌지만, 그 사람을 보지 못하게 된 후로는 오랜 병증이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오늘 내가 보내는 하루는, 이 생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꼭 하루뿐인 시간인데,

 그 사실을 익히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살아있는 시체, 혹은 좀비처럼 귀중한 시간을 내 손으로 좀 먹고 있는 거다.

마치 출구 없는 건물에 갇힌 것처럼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도 없고, 알아낼 도리도 없어서 그저 숨만 쉬고 있는 것.


그 누구라도 내가 좋아할 방법만 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벗어나고 싶은데,

역시 그럴 일은 없으니 일이나 하고, 아프지 않을 만큼 운동하고, 죽지 않을 만큼 먹고, 잠이나 쳐 자는 게 아닐까 싶다.

아프기라도 하고, 울기라도 하고, 힘들다고 느끼기라도 하면 이렇게나 '문득' 놀라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상한 거다.


이 시를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던 것, 지금 내가 느끼는 미묘한 울렁임이 슬픔일까.

이제는 무엇이 기쁨이고, 어떤 것이 행복인지, 무엇이 슬픔이고, 어떤 것이 아픔인지 햇갈릴 지경이니 유규무언이다.

나를 내던지지 못해서, 그렇게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어리석게 잃어버린 것은 당신이 아닌 나 자신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당신이 오지 않더라도 왔으면 좋겠다. 죽은 것처럼 사는 것보다 지독하게 아픈 것이 백 번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