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쓴다 作 :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 풍화되었다. |
당신은 몰랐다.
내가 당신에게 가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하고, 무슨 마음을 먹었었는지, 또 어디까지 각오했는지,
행여 부담이 될까, 혹여 짐이 될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지만 나는 조금씩 당신에게 가고 있었다.
새삼스럽게 영어공부를 시작하고, 조금씩이라도 건강해지려고 애써 밥을 먹어가며,
작게는 식단조절이나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크게는 내가 지니고 있는 사람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로워져,
당신이 하는 말을 오롯이 듣고,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바라보면서 난생 처음 '누군가를 믿어도 좋겠구나.'생각했다.
그렇게 겨우 고단한 마음을 내려놓았을 때 당신은 거짓말처럼 나를 떠났고,
나는 다시 홀로 이 자리에 남아, 종이인형처럼 부는 바람에도 휘청이며, '울 수는 없으니 웃어야지.'라고 되뇌인다.
당신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그럴 수 밖에 없었을 당신을 이해한다. 또 당신의 안위를 염려한다.
그런 까닭으로,
나를 버리고자 했던 의지는 진심일지언정, 당신이 떠나며 남긴 마지막 말은 차라리 거짓이었으면 좋겠다.
(그 말이 사실인 것보다는,'당신이 나에게 전혀 마음이 없었다'는 잔인한 가정이 진실인 편이 백 번 낫겠다.)
그 모두가 사실이라면 당신의 마음은 여전히 부칠 것이고, 계속 다칠 것이며, 오랫동안 힘들어야 할테니까.
당신은 몰랐겠지만 나는 그저 당신의 마음 하나면 족했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내 안부를 궁금해하고, 잠들기 전 한 번쯤만 내 목소리를 그리워해준다면 충분히 기뻤는데,
그마저도 고단한 당신의 삶에는 무거운 짐이었으리라는 생각, 모두가 내 욕심이었던 것 같아 진심으로 미안하다.
당신에게 가고자한 마음, 당신의 마음을 욕심냈던 내 어리석음, 이제야 전하는 진심까지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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