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Review/시(詩)의속삭임

[시(詩)가 말을 걸다] '한때'는 이처럼 진실했으니.

Betty1983 2017. 11. 3. 12:39








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 않으리라.

우리의 옛 맹세를 져버리지만 그때는 진실했으니.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거지.

꽃이 피는 날엔 목련꽃 담 밭에서 서성이고,

꽃이 질 땐 붉은 꽃나무 우거진 그늘로 옮겨가지.


나는 너의 애절을 통한할 뿐,

나는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뿐이니,
이 잔인에 대해서 나는 아무 죄 없으니.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배고파서 먹었으니 어쩔 수 없었으니,

남아일언이라도 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니,

단지, 변치 말자던 약속에는 절절했으니.


나는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힌 거지.

운명이라고 해도 잡놈이라고 해도 나는,

지금, 순간 속에 있네.


그대의 장구한 약속도 벌써 나는 잊었다네.

그러나 모든 꽃이 시든다고 해도

모든 진리가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인다 해도.


나는 말하고 싶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


作 : 함성호  : 낙화유수





아무리 괜찮은 사람(남자)도 알고 보면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멋진 외양과 누구나 우러러보는 사회적 위치,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부를 지녔다고 해도 본성은 동일하다는 것을,

 제아무리 대단한 언변으로 포장해도 비슷한 알고리즘과 통상적인 속성을 지닌 탓에 동일한 결과물이 도출된다는 것을,

냉담한 것도, 삐딱한 것도, 분노하는 것도 아닌 채로, 어디까지나 관조하는 자의 시선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것이 단단해진 것인지, 아니면 상처입은 것인지, 

혹은, 현실적으로 적당히 타협해서 공존의 길을 걷게 된 것인지, 끝내 비겁해져버린 것인지 알 도리는 없지만,

사람은 누구나 상대에게 기대고 싶어하고, 애써 감춰놓은 속살은 연약하며,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것을 알겠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경험이지만 내가 잘 들어주는 편이라 그런지 '지들 힘든 이야기만' 들었던 것 같다.)


(물론, 초반에는 방식만 다를 뿐 어떻게든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점을 어필한다. 얻고 싶은 게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기승전결이 있는 드라마처럼 관계(연애)의 과정도 똑같아서 형태만 다를 뿐 결과는 매한가지,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 것만 같은 강렬한 감정, 첫 눈에 반해버린 사람,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설렘 같은 것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는 찰나의 선물이라서 일상 속에 풍화되면 어떤 어른의 말씀대로 '말짱 황'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것이라고, 사람마음은 예쁜 것이라고 피드백 하셨지만 나는 '말짱 황'에만 동의하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격조 있게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드러낸 이 시를 접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한 마디 반박할 수도 없게, 볼멘소리 한 번 꺼낼 수도 없게, 마음껏 힐난할 수도 없을 만큼 진솔해서 덧붙일 말도 없다.

다만, 너무 늦게 알아버린 나를 통한할 뿐, 지금이라도 알게 된 당신의 진심을 다행이라는 번연한 말로 애써 덮을 뿐이다.

당신이 내게 잔인했듯이, 나도 누군가에게는 어쩔 수 없이 잔인했을 것인즉, 배고파서 먹은 것을 뭐라 할 수 있겠는가.


이 잔인에 대해서 누구도 죄 없으니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하찮은 인간을 그처럼 하잘것없는 당신을 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