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다.
예전에는 속이 편치 않으면 위장에서 시작해서 장염으로 이어졌는데 아픔도 진화하는지 이제는 바로 설사를 한다.
죽을병인가 싶다가, 죽을병이면 보험금 타서 부모님 드리고 조용히 떠나게 아픈지도 모르다 죽었으면 좋겠다 싶다.
(그런 중에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면 안 되니까 한의원에 열심히 도장을 찍는다. 정말이지 통증은 질색이니까.)
한의사의 전언에 의하면 위장이 경직되어 있는데다, 몸이 차고, 빈속인 시간이 많으니 그렇단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도 은연중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의사가 복부를 누르면 굳어있는 게 맞구나 새삼 깨닫게 되는데,
(실제로 배위에 왕 뜸을 올려놓고 침을 맞고 나면 속이 진정되는 것이 느껴지니 아마도 한기가 빠지는 게 아닌가 싶다.)
냉혈한으로 변해가는 주인을 몸도 닮아 가는지 당신을 겨누지 못한 칼이 여전히 서슬 퍼렇게 서서 나를 찌르는듯하다.
미루다 못해 구석에 박아놓은 글을 마무리짓든, 어른들의 권유대로 다른 공부를 시작하든 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니(제 치부를 팔아서 상대를 지킬 만큼)주인공의 마음이 절절했구나 싶어 또 다시 멈칫한다.
그런 아이가 단박에 (제아무리 자신을 버리고 떠난 상대라고 해도)'당신은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일갈할 수 있을까.
자기 자신보다 상대방을 더 사랑했던 아이가 '당신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는 거다.
내가 마음을 다치면서 엎어버리려고 작정했던 이야기인 탓에 더 잘 끝내고 싶기도 하다.
만신창이가 된것은 어디까지나 글쓴이인 나인데 이 아이까지 괴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 마음이 정말 가여우니까.
사랑이 사랑에게 남기는 것이 어떻게 행복이기만 할까, '한 번이라도 행복하고 싶었던 내 마음 또한 욕심이었지' 싶다.
(생각해 보니 원작인 인디안썸머도 해피엔딩이 아니었고, 애당초 내가 계획했던 결말도 큰 틀에서는 새드엔딩이었다.)
이 아이들을 통해서 '최소한 아직은 내가 괴물이 아닌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되도 않는 거짓에 속은 바보천치 같은 나라도 한 번은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번은 타협하고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비겁한 이는 당신이지 내가 아니며,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하니까, 그래서 마지막까지 당당하니까.
'이제 나 좀 봐주자'고 도무지 봐줄 수 없는 나를 향해 사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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