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Person/Thank's To♡

[아마도 영원히] Nothing Better Than You.

Betty1983 2018. 9. 3. 00:53







짧은 휴가를 떠날 거라는 너의 이야기를 들은 지 며칠이나 지났을까.

(말린 과일을 좋아하는 내 취향을 놓고 할머니 같다며 타박 반, 놀림 반으로 일관하던)너로부터 택배가 도착했다.

'달지는 않지만 그냥저냥 괜찮다.'던 너의 품평은 단 음식을 즐기지 않는 네가 나를 위해 시식을 했다는 의미이고,

'오매기 떡은 당일에 줘야한다고 하더라.'는 덧붙임은 떡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이것저것 확인을 했다는 뜻이리라.


 오사카나 훗카이도에서는 모찌를, 체코에서는 초콜릿을, 터키에서는 터키쉬딜라이트를 스페인에서는 뚜론을,

네가 어딘가로 떠나는 것을 내가 아는 한, 돌아오는 너의 여행가방 안에는 반드시 나를 위한 선물이 들어 있곤 했다.

가깝거나 멀거나 여행의 끝은 늘 고단하고, 돌아오는 가방은 더 무거운 법인데 너는 그 짐 안에 마음을 넣고 왔다.


원하는 일은 꼭 해야만 하고,

지구의 중심은 본인이라 매사 제멋대로에, 상대의 심사는 아랑곳 않고 내키는 대로 말을 쏟는 시니컬함을 가진 너,

오너의 습관이 몸에 베인 탓인지 늘 가르치려드는 너, 불쑥 튀어나오는 고압적인 태도와 명령조의 어투를 지닌 너.

더 이상 열일곱의 너는 없고, 그 시절의 나 역시 우주 밖으로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사랑하니,

(너의 사회적인 성공이나 부에는 관심이 없음에도)내가 너와 함께 걷는 것은 그 이면에 자리한 이런 마음 때문이다.


밥 한끼를 먹어도상대방의 식성을 고려해서(나는 가리는 것이 없으니)대게 내가 맞추는 편인데,

  (내가 대부분의 음식을 맛있게 먹기 때문인지 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이들은 내가 무엇을 즐기는지 잊는다.)

통상 본인 취향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100%라면 너는 과자나 빵을 사서 손에 들려주거나 파르페를 먹으러 가기도 한다.

(물론 초콜릿 빙수를 시키겠다고 하면, '나는 티를 마실 테니까 혼자 먹어라. 먹을 수 있어?'라고 묻기는 했다. 하하.)


너의 실수에 화가 난 내가(네가 연락을 하거나 말거나)침묵으로 일관하다 몇 달 만에 얼굴을 마주했을 때,

"나는 너를 좋아하고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런데 나도 또라이지만 네 성격도 보통 아니야."라고 말하던 너를,

너의 말대로, 보통 아닌 침묵을 뚫고 들어와 끊임없이 말을 걸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너를 미워할 재간도 없다.

(나 역시 무수한 단점을 가진 인간이니 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너의 단점까지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것이 내가 너의 손을 잡았을 때(너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나 스스로)내게 한 약속이고,

(네 입에서 끝이라는 단어가 앞서 나오지 않는 이상)내가 살아있는 한 내 사람인 네게 부여한 가치는 영원할 것이니,

그 언젠가까지 내가 살아있다면 애프터 눈 티를 마시러 가고, 제주도에 가고, 알레스카에도 함께 가게 될 것이다.

(너는 몰랐을 것이나, 한때는 너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죽을 것 같거나, 미칠 것 같은 순간에도 나를 붙들곤 했다.)


지난날에도, 지금 이 순간도, 아마 앞으로도 너는 나에게 유일무이한 운명일 것이나,

이제 다른 삶을 잘 살아가는 너를 위해 나는 차라리 무의미한 존재가 되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그 마음을 내려놓았다.

네가 언젠가 내게 말했듯, 우리가 약속한 그때에 굳이 내가 아니어도 너는 알레스카든, 다른 어디로든 떠나있겠지만,

 그 자리에 내가 없어도 너는 나를 떠올릴 것이고, 돌아오는 너의 가방 안에는 내게 줄 마음이 들어있을 것임을 안다.


고맙다.

나의 생(生)을 걸고 사랑한 네가, 너무 깊이 두어 욕심내지도 못한 네가 잘 살아줘서. 또 지금껏 내 곁에 있어줘서.

이 삶은 이것으로 되었다. 내 운명인 네가 단 한 뼘도 가깝지는 않았으되, 한 뼘도 멀어지지는 않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