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에서 귤 한 박스 보냈어요. 너무 바쁘니 12월에 만나.'
네게서 예고 없이 메신저가 도착했을 때, '겨울 초입이니 귤이 제철이구나.'하다가 퇴근 무렵에야 택배를 열어보았을까.
포장은 분명 귤 상자인데 과일 대신 무난한 칼라감을 지닌 베스트 형태의 긴 페딩 조끼와 향수가 들어있는 것을 알았다.
(나는 잠시 놀랐고, 다음에는 살짝 웃었고, 보고 있지 않은 듯 나를 보고, 모든 것을 흘려듣는 듯 담고 있는 너를 느꼈다.)
그래, 너는 그런 사람이었지.
편지를 쓰겠다는 말 대신 우편함에 편지가 꽂혀있게 만드는 사람이었고, 영혼 없는 위로 대신 꽃을 보내는 사람이었고,
'무엇을 하자.' 했으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고, 보고 싶으면 만나자는 사람이지.
때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아무렇지 않음에 질릴 만큼 내키는 대로 말을 쏟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너를 사랑하는 것은,
우리가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연락을 하거나, 하지 못할 때라도 '서로를 생각하고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지.
"전에 나 만날 때 입었던 코트 안에 입으면 좋을 것 같아서."
겨울이면 즐겨 입는 카멜색 코트가 얇은 것을 알았구나. 향수 만들기 클래스에 다녀왔다는 내 말을 기억하고 있었구나.
네가 아무리 독단적인 사람으로 변해도, 내가 아무리 건조한 인간이 되어도, 네 앞에서는 언제나 열일곱 소녀겠구나.
우리가 통과의례처럼 지났다고 생각했던 그날들이, 실은 내 영혼을 관통하여 나를 살아있게 한 시간이었음을 알겠다.
열일곱 너를 처음 만난 그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음을 알겠다.
네가 정말 보고 싶어서 지칠 때까지 운동장을 뛰었다고, 다가오는 사람이 다 너로 보여서 종일 심장이 내려앉더라고,
그토록 절실했지만 네가 다칠까봐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고, 그렇게 홀로 마음을 앓는 것이 너무나 아팠다고.
나 그처럼 애태운 순간마다 우리가 함께였음을, 너도 나처럼 사랑했음을 알겠다. 고맙다.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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