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이면 나는 소소한 모든 것에 익숙해질까.
어느 날 아침, 무심히 눈길을 준 탁상 시계의 시계 바늘이 멈춰 있거나,
아무리 서랍을 뒤져도 당최 찾을 수 없는 배터리 같은 것들.
각기 다른 크기를 자랑하는 배터리를 앞에 두고,
어려운 산수 문제를 풀지 못해서 끙끙대는 초등학생처럼,
'이게 맞나.' '저게 맞나.' 한참이나 고민하게 되는 일 같은 것.
배터리를 사서 돌아 나오는 길, 문득 지는 허기에,
좋아하는 인도식 커리 레스토랑을 찾다 말고,
그 집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의 당황스러운 서글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식당을 찾아 들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 집 음식 괜찮다'며 저분질을 하는 나에 대한 괴리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만나는 서늘한 바람 같은 것.
문득 다리가 너무 아파서 바라본 자리에,
나도 모르는 새 생겨버린 새파란 멍자국과,
그제 서야, '아. 내가 그때 많이 아팠나보다.' 깨닫게 되는 나 자신 같은 것.
그렇게 매순간 자각되는 그대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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