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耳鳴) 作 : 윤수아
내 안에 우물이 마른 것을 알고 귀가 먼저 운다.
어둠의 사원 적막한 밤에 혼자 깨어 우는 저 공허한 울림.
사각(死角)의 벽에서 마지막 한마디 담아 놓을 귀를 찾는다.
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 한 손으로 별들을 불러 모은다.
상처 난 원고지에 흩어진 소리들을 주워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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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떤 말로도
위로될 수 없는 슬픔을 위로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서늘한 이의 가슴을 덥혀주는 온기가 되고,
상처가 깊어 흉으로 남은 자리,
온전히 뿌리를 내려 한송이 꽃으로 피어날 수 있는.
늘 웃고 살수만은 없는 세상살이일지라도,
누군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작은 나무그늘이나마 될 수 있다면,
나 사는 하루가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끔은 모르겠는 거다.
이렇게 울컥거리며 가슴 안에서 무언가가 치받칠 때,
그것이 내가 돌이킬 수없는 무엇임을 자각할 때,
나도 위로하지 못한 그때의 내가 나를 찾아오면,
나는 속수무책, 스스로를 내던진 채 방관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살든, 어떤 사람이든,
또 어떤 마음이든,
나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싶은 거다.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뭘 모르는 건지, 경우가 없는 건지,
생각이 있는지,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는 사는 인사인지,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마구잡이로 살아버리고 싶은 거다.
나도 나를 어쩌지 못하면서 누구의 마음을 위로하겠다는 건지,
그 누구를 위로할 수 있기는 한 건지 도무지 모르겠을 때,
지랄병이 도진 내 마음을 상대로 '항복'을 외치고 싶어진다.
할 수 있다고 버티고,
해보겠다고 우겨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나 스스로에게 시인하게 될까봐' 덜컥' 겁이난다.
그리고 누구인지도 모를 존재를 향해 기도한다.
설사 내 안의 우물이 마르고,
내 귓가를 울리는 이명(耳鳴)이 그치지 않을지라도,
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서라도,
내안으로 빛나는 별들을 불러 모을 수 있게 해달라고.
아주 조금씩, 천천히라도 좋으니,
당신의 마음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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