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Drama/형용돈죵愛빠지다

[형용돈죵] 우리들의 인디안 썸머 (부제 :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4))

Betty1983 2014. 6. 22. 04:12

 

이 사진은 지용이(G-Dragon)의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왔습니다.

 

 

 

                                                                                                          당신은 알지 못했다.

                                                                            모든 것을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내가,

                                                                          실은 무엇도 가진 적이 없는 빈손이었음을,

                                                                                                               그 텅 빈 손으로,

                                                                                    오직 당신 하나를 붙들고자 했음을,

                                                                                                  당신은 끝내 알지 못했다.

            

                                                                                                            -Betty : 無題-

 

 

 

“지용아, 잠깐 일어나봐. 누나가 죽 사왔어. 너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한술이라도 뜨고자.”

 

‘으음.’ 제 몸을 작게 뒤척이던 것도 잠시, 지용은 금세 손사래를 쳐대며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쓴 채 모로 돌아 누워버렸다. 제 동생이 하는 양을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던 다미가

죽 그릇을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에 내려놓았을까. 실내화 소리에 지용이 갤 까봐 조심스레

뒤돌던 다미의 걸음이 작업대에 수북이 쌓인 커피 잔 앞에 굳는다. ‘권지용 또 시작이구나.’

 

작업에 집중해야 하거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물과 커피만 들이붓다시피 하는 지용의

못된 습관이 다시 튀어나온 모양이었다. 예전에는 술과 커피였는데 그나마 물로 바뀌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음식도 잘 먹지 않은 채로 에스프레소를 흡입하다시피 하는 동생이

불안한 것은 당연지사였지만 그렇다고 누나인 자신까지 나서서 동생을 다그칠 수는 없었다.

 

몇 잔인지 모를 카페인을 쏟아 붓고도 늪에 빠진 사람처럼 잠에 빠져있는 동생의 컨디션은

분명 정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으나, 보지 못하면 죽을 것 같다던 사람을 제 의지로 놓고,

이렇게라도 버텨주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지 않았으므로. 빈 쟁반에 커피

잔을 옮겨 담으며 다미는 담담해지려고 애썼다. ‘지금 가장 힘든 건 내 동생, 너일 테니까.’

 

다미는 개수대에 담가 적당히 불은 커피 잔에 주방세재를 잔뜩 묻혀 있는 힘껏 닦아대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다만, 새까맣게 변색되어 눌어붙은 커피자국을 지우고 싶을 뿐인데,

‘너에게 그 흔한 위로나마 해주고 싶을 뿐인데.’ 무엇도 할 수가 없다.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Title : 사랑 그 한 마디     Song By : 태연

 

   아무도 모르게 나조차 모르게
   언제부터인지 그대가 내 맘에
   어제도 눈물이 오늘도 눈물이 흘러
   고개를 숙인 채로 난 그댈 보네

   사랑은 그렇게 그대가 모르게
   아무 이유 없이 그대를 내 맘에
   홀로 이렇게 이말 되뇌이며 우는
   나를 그대는 아는지

   넌 내 안에 그려놓은 한마디
   늘 내 안에 숨겨왔던 한마디
   그대를 바라보고 있는데 늘 곁에 있는데
   사랑 그 한마디만 못해

   언제나 내 옆에 그대만 내 옆에
   있어 달란 말은 아직도 내 안에
   홀로 이렇게 이말 되뇌이며 우는
   나를 그대는 아는지

   넌 내 안에 그려놓은 한마디
   늘 내 안에 숨겨왔던 한마디
   그대를 바라보고 있는데 늘 곁에 있는데
   사랑 그 한마디만 못해

   내 가슴이 하는 말
   나보다 널 사랑해 널 사랑해 해주고 싶은데

   넌 내 안에 그려놓은 한마디
   늘 내 안에 숨겨왔던 한마디
   그대를 바라보고 있는데 늘 곁에 있는데
   사랑 그 한마디만 못해  

 

 

 

 

“권지용! 너 정말 이럴래? 지금 며칠 째니? 잠도 안자고 곡 작업에 스케줄에 네가 무쇠야?”

 

“누나, 나 정말 괜찮아. 알잖아. 나 평소에도 불면증 있는 거. 피곤하면 내가 알아서 쉴게.”

 

'휴우.‘ 충혈 된 두 눈, 며칠 새 부쩍 창백해진 혈색 때문에 유난히 도드라지는 눈 밑 그늘이

다미의 마음을 찢어놓고 있었다. 차라리 울던가, 허공에 대고라도 화를 내던가, 뭐라도 하면

어떻게든 달래고 어설픈 위로나마 해볼 텐데, 이 아이는 끝까지 괜찮다고 우겨대고 있었다.

안 되겠다 싶다. 저러다 죽지 싶다. 잠만 자다가, 내내 굶다가 급기야 뜬 눈으로 밤을 샌다.

 

‘쿵쿵’ 소리가 날만큼 성마른 걸음으로 지용에게 다가선 다미가 무작정 두 손을 잡아끌었다.

“좀 자. 한 시간이라도 자라고!” 제 누나가 하는 대로 끌려오는 것 같던 지용은 이유도 없이

치미는 부아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는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 나 좀 내버려두란 말이야!”

 

“너 그러다 죽어! 그러다 미친다고! 미치는 게 별거야? 못 먹고 못자다가 정신 놓는 거지!!”

 

“차라리 미쳤으면 좋겠다! 죽어버리면 좋겠다고! 그럼 다 끝날 테니까 그때는 안 아프겠지!”

 

“권지용!! 너 지금 누나 앞에서 그딴 소리를 말이라고......” 다미가 저도 모르게 올라오려는

손을 그러쥐며 지용에게 다가선 순간 동생은 왕방울만한 눈물을 흘리며 소리죽여 끅끅댄다.

 

“누나, 차라리, 차라리, 정신을 놨으면 좋겠어. 형 생각이 나서, 형이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여기가 너무 아파. 아무렇지 않게 웃고, 말하고, 스케줄 소화하는데 계속 여기가 자꾸 아파.

온종일 여기가 아파서, 아프다 못해서 온몸이 저려오는데도 내가 아프다는 걸 아무도 몰라.

나는 생지옥에 사는데, 사람들은 내가 멋있데. G-Dragon 공항패션?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샤넬 패션쇼 초청? 그딴 게 뭐가 중요해. 형이 없는데!! 내 인생에서 형이 사라졌는데......“

 

“지용아......” 제 동생을 따라서 주저앉은 다미가 떨고 있는 지용의 어깨를 안아 도닥인다.

‘조금 더 너를 헤아려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네가 힘든 거 알면서도 더 안아주지 못해서,

그 흔한 위로도 건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그저, 지금을 견디어 주는 네가 고맙다고.‘

그 모든 말들을 대신한 온기가 점차 흐트러진 지용의 호흡을 가라앉힌다. 졸음이 몰려온다.

 

‘누나가 어쩌면 좋겠니.’ 잠이든 와중에도 한손에 스마트폰을 꼭 쥐고 있는 모양이 안쓰러워

다미는 가만히 지용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사람에게 연락이 올 리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도 울리지 않는 전화를 놓지 못하는 마음, 작은 진동에도 번쩍 눈을 뜨던

동생을 위해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하나로 귀결되었다.

다미는 지용의 손에서 조심스레 전화기를 빼내어 패턴을 풀고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찾는다.

 

 

 

323

 

 

 

인터넷기사를 건성으로 훑던 유라의 미간이 서서히 구겨진다. 3선의원이 선거에 낙마했다는

이유로 자살을 기도하거나, 아파트대로변에서 뛰어놀던 어린여아가 택시에 치여 사망하거나

60대 노인이 1톤 트럭으로 아내를 치여 숨지게 한 뒤, 사고사로 위장하는 기막힌 죽음까지,

도처에 널려있는 사신의 그림자가 낮에 만났던 남편 주치의의 조언을 상기시키는 까닭이다.

 

 

 

“오늘 병원에 내방해 달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남편분의 불안장애가 점점 악화 돼서입니다.

처음 하루 세 번 투약하던 치료약을 하루 두 번으로 줄였었는데 현재 여섯 번 투약됩니다.

그 약을 다 드시고도 불면을 호소하시니까 약물 치료가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이 서더군요.

말씀도 곧잘 하시던 분인데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같은 말만 반복하시니 상담도 안 되고요.“

 

“선생님도 매스컴 통해 접해서 아시겠지만 남편 동료가 구설에 휘말려서 좀 힘들어 했어요.

마음먹고 준비하던 특집도 엎어지고 사람들한테 비난받고 동료 분은 하차수순 밟게 됐고요.

대중들 시선 받으면서 일하는 사람치고 많이 여린 거 알면서도 제가 마음을 못 썼나봅니다.

앞으로는 저도 조금 더 신경 쓰겠지만 혹시라도 상태가 안 좋아지거든 언제든 말씀주세요.“

 

요새 잘 드시면서도 살이 계속 빠지는 것도 그렇고, 탈장 수술 뒤에 탈 없었던 내장기관이

수시로 불편하다고 말씀하시는 것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남편 분의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되도록 스트레스 받을 일 최소화해주시고 원하는 일을 하게 해주세요. 휴식이든, 여행이든,

환자분이 마음을 쉴 수 있는 일이면 뭐든 도움이 됩니다. 잘 아시겠지만 배려가 필요해요.“

 

 

 

환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정신과 주치의가 환자의 상태를 보호자에게

알릴 정도라면 그것은 그 사람의 상태가 위태롭다는 의미라는 것을 모를 리 없는 그녀였다.

그리고 최근 한 달간 남편의상태가 악화일로를 걷게 된 데에는 아내인 제 영향이 지대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으나, 그 이후로 살인자보다 더한 낙인이 찍힌 채

자신으로부터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온 그였다. 한 공간에 살면서도 말 한마디 섞지 않았고,

쇼윈도 부부인양 시댁이나 친정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눈도 맞추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은

‘저 남자의 아내’라는 의식, 갈라설 때를 대비해서라도 ‘책잡힐 짓은 하지말자’는 얕은 계산

따위로 밥상을 차려주고 있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의 전부라면 전부였고, 그나마도 한상에서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으니 분명 남보다 못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전혀 미안하지 않았다.

 

남편이 스케줄을 모조리 오픈해도, 잦은 회식자리를 무르고 집에 들어와도, 잠 못 드는 밤,

자청해서 쌍둥이들을 돌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네가 한 짓거리가 있는데 당연한 거 아니냐.’

분노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며 ‘언제까지, 어디까지 하나 두고 보자.’ 코웃음 치던 그녀였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남편을 의심했고, GD의 근황을 검색하면서 자신을 못살게 굴곤 했다.

 

자신과 남편,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끝나는 싸움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끝내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아직 끝을 보지도 않았는데 온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목을 틀어쥔 것도 아닌데,

남편은 진즉부터 백기를 들고 있었다. 뻔뻔하게 굴기를, 본색을 드러내고, 인간의 밑바닥을

보일 때까지, 그래서 끝내는 진흙탕에 구를 때까지 기다려줄 심산이었는데 ‘이건 반칙이다.’

 

안쓰러워할 필요도, 미안할 이유도 없는 싸움 아닌 싸움에 자신이 끝내 백기를 들 것 같다.

‘너 제 정신이야? 미친놈하고 같이 살더니 같이 미치기라도 했어??’ 신경질적으로 노트북을

닫아버린 그녀가 벌떡 소파에서 일어나 잰 걸음으로 거실을 오갔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지용의 누나라는 여자는 기껏 나온 자신의 걸음이 무색할 만큼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새하얀 커피 잔 만큼이나 새하얀 피부, 동글동글하지만 예리하게 느껴지는 눈동자를 탁자에

멀거니 고정한 채 애꿎은 커피 잔 손잡이만 쥐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대체 뭐하자는 거야.’

새하얀 얼굴이 창백해지고 제 앞에 놓인 얼음물을 다 마신 뒤에야 겨우 입을 떼는 눈치다.

 

“우선, 불편하셨을 텐데 어려운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뭐라 말씀드릴 수없는 상황이라

죄송하다 이야기 할 면목도 자격도 없지만 한사람으로, 지용이 누나로써 정말 죄송합니다.“

 

“어려운 걸음인 거 알면 용건만 간단히 해줄래요? 이 자리 온 것도 울화가 치밀 참이니까.”

 

남편이 내연하는 남자의 누나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도 기가 찰 노릇인데, 그 전화를

당장에 끊어버리기는커녕 약속을 잡고 이 자리까지 지 발로 걸어왔으니  기막힌 꼴 아닌가.

누가 보면 아니, 그 누가 보더라도 자신은 미친 여자일게 분명했다. 저보다 더 아픈 눈으로

자신의 얼굴을 마주보며 사과를 건네는 누나라는 여자에게 화가 나기보다 안쓰러운 마음이

앞서 고개 드는 것을 보면 더 더욱. “죄송합니다. 염치없지만 부탁을 좀 드리고 싶어서요.”

 

“어차피 나왔으니 들어나 보죠. 뭔데요?” 제 말의 날선 끝이 감지 됐는지 훅 숨을 들이마신

누나라는 여자가 얼음물 리필을 부탁했다. 종업원이 갖다 준 커다란 물 잔을 단번에 들이켠

그 여자가 마침내 결심을 한 것인지 제 눈을 마주본다. GD같은 갈색동공이 깊게 흔들렸다.

 

“말도 안 되는 거 아는데, 제가 부탁을 할 처지가 아니라는 거 너무 잘 아는데 들어주세요.

제 동생, 지용이 좀 살려주세요. 애가 한 달이 다 되 가도록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않아요.

저러다 말겠지, 나아지겠지 그랬는데 점점 심해져요. 주변에서도 이상하다 그러고 불안하다

그래서 최근에 제가 한집에 사는데도 전혀 도움이 못 되네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

 

‘그게 나랑 뭔 상관이냐고, 왜 이런 개 소리를 하느냐고, 개념을 물에 말아 쳐 먹었느냐고,

남매가 세트로 지랄을 한다고, 당신 동생이 뒤지기 전에 내 숨이 먼저 넘어가게 생겼다고.‘

독설을 퍼부어도 시원찮을 상황이 분명한데 얄궂게도 떨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귀에 담긴다.

제 침묵을 견디기 어려웠는지, 재차 달싹이는 여자의 입술이 버석할 만큼 말랐다는 것까지.

 

“미친 소리란 거 아는데, 남편 분 얼굴, 지용이가 한 번만 볼 수 있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본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거, 외려 서로 더 힘들 수 있다는 거 모르지 않는데, 이런 부탁이

얼마나 염치없는 건지도 잘 아는데 그래도 이 방법 밖에는 없을 것 같아서. 정말 죄송해요.

 

이별이란 게 원래 준비 없이 닥치는 거고 자기 몫은 자기가 감당하는 게 마땅한 거 아는데,

상식적으로 납득도 안 될 상황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부탁 욕 나오실 텐데 알면서도 하네요.

다른 뜻 없어요. 그냥 얼굴이라도 보고 잘 지내라, 나도 잘 지낼게, 뭐 이런 하등 소용없는

말이라도 하고나면 잠이라도 조금자줄까, 밥이라도 조금 먹어줄까 싶어서요. 부탁 드려요.“

 

"남매라 그런가? G-Dragon씨나 누나나 둘 다 뻔뻔하다. 사람 속 뒤집는데 일가견 있네요.“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이 말 한마디로 해결되는 거 없다는 거 알아요. 마음이 다치셨는데,

제가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아프실 텐데. 이럴 수밖에 없어서 저도 너무나 죄송스러워요.“

 

벼린 칼처럼 날선 말로 긁어줘야 하는데, 그 밥에 그 나물이라며 물이라도 끼얹어야 하는데

자꾸만 알겠다고, 당신이 원하는 거 다 들어줄 테니 그렇게 아픈 눈으로 저를 보지 말라고,

지금 정말 안 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지은 죄도 없이 죄인처럼 사과하고 있는 당신’이라고,

뭐가 그리 미안해서, 뭐를 그리 잘못해서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고 또 숙이느냐 묻고 싶다.

유라는 아직 열감이 가시지 않은 커피를 단숨에 들이켠 뒤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술을 뗀다.

 

“전화는 가급적하지 마시고 GD군 위치만 문자로 찍어줘요. 생각 정리되면 연락할 테니까.”

 

“네??” 처음에는 제가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어안이 벙벙한 듯 고개를 갸웃하기까지 하더니,

갑자기 만면에 화색이 돌며 고개를 탁자에 닿을 만큼 숙인다. ‘누가 남매 아니랄 까봐......“

자신을 처음 대면했던 날, GD역시 눈앞의 여자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허락 아닌 허락에도

세상모두를 얻은 것처럼 감격하며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제 누나를 꼭 닮아있다.

이곳에 잠시만 더 있으면 무조건 간다고 대답해버릴 것 같아서 유라는 서둘러 자리를 뜬다.

 

미안하다, 고맙다, 그 말이 지닌 힘, 가감 없는 진심의 힘이 이명처럼 내내 귓가를 맴돈다.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버틸 재간이 없어서 집근처 포장마차에서 들이켠 소주 한잔이 유라의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었다. 고작 한잔밖에 못 마시는데, 그 한잔도 이기지 못해 붉어지는데

그럼에도 아주 가끔씩, 술 한 잔이 간절히 그리워질 때가 있다. 세상의 화살이 죄다 제게로

향하는 것만 같은 오늘 같은 날, 화살을 받아내야 할 운명을 타고난 과녁처럼 무력해질 때,

그렇기 때문에 단단해져야 할 때, 쓰디쓴 술이 한잔 쯤 들어가면 모든 게 만만해지곤 했다.

 

가방을 휘적거리며 집안에 들어선 그녀가 남편을 찾았을 때, 그는 까무룩 잠이든 상태였다.

기저귀며 젖병이 흐트러져 있는 방바닥과 두 아이의 손을 쥐고 있는 모습으로 봐서 아마도

투정부리는 아기들을 겨우겨우 달랬겠지 싶어진다. 피로와 노곤함이 내려앉은 남편의 얼굴,

눈 밑 그늘에서 묻어나는 수심의 무게가 그를 안쓰럽게 한다. ‘당신도 참 안된 사람이구나.’

 

웅크린 남편의 어깨에 담요 한 장을 덮어준 뒤, 살그머니 문을 닫고 나온 그녀가 안방 문을

닫고 들어가, 화장대 서랍에 넣어둔 이혼 서류를 꺼내 들여다본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가 싶더니 잠깐 사이 걷잡을 수 없어진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어느새 만년필로 꾹꾹 눌러 써놓은 글자들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번졌을까. 서류를

한껏 구겨진 그녀가 거울안 자신의 얼굴을 마주본다. ‘나는,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이 선택을 한 나는 괜찮을까. 나는, 당신은 서로를 견딜 수 있을까. 우리 함께 갈 수 있을까.‘

 

 

 

이 사진은 지용이(G-Dragon)의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왔습니다.

 

 

 

아무런 진전도 없어 보일지 모르는 이번 이야기는 실상 가장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해요.

(공감과 설득이 주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지라 머리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상태라는.)

 

물론 제가 애를 써도 그리 출중한 글이 아니다 보니 모든 분들의 마음을 살 수는 없겠지만,

제 힘이 닿는 한, 적어도 이 아이들이 천덕꾸러기가 되는 일만큼은 막아주고 싶었어요.^^;;

(망할 현실 따위 괜히 끌어왔어! 요령부득인 저 같은 인사에게는 쥐약이나 다름없다는......)

 

(후기를 쓸 때마다 느끼는 건데)할 말이 많았던 것 같은데 늘 멍하고 바보가 되는 듯해요.

제가 하지 못한 말들, 할 수 없는 말들, 혹은 잊은 말들까지 이글에 다 녹아있기를 바라며.

 

                                                                                  -2014年 06月 22日 Am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