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덤한 일상의 그늘에 숨어 웃는 얼굴로 중무장한 나를,
아무 이유도 없이, 그 어떤 까닭도 없이 놀라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놀라지 말 것, 흔들리지 말 것, 소리내지 말 것. 가능한 한 남들처럼 살 것.
특별하고 대단한 인생의 모토, 혹은 삶의 목표가 시들어버린 자리에,
내 손으로 직접 심어 가꾸는 이 말이 유일무이하게 내가 좇는 세속적인 가치가 되었지만.
당신을 마주한 그날 이후로
나는 무시로 놀라고, 수시로 흔들리며, 자꾸만 소리를 내보고 싶어집니다.
'왜 자꾸 아프냐.보고 힘내라.'는 당신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몇줄의 편지에서,
나는 잠시 울컥하다가 울 수가 없어서 그냥 크게 웃어버렸습니다.
사진집 가득 담긴 G-Dragon, 혹은 지용이의 미소에서 나는 자꾸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안구가 썩어들어 갈 거라며,
정신 차리고 제대로 보라고 핀잔할 당신의 모습이 눈에 선해서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네요.
당신은 이렇게 곁에 있지 않아도 저절로 그려지는 사람입니다.
당신을 처음 마주했던 날 정색하며 커피를 가져다달라고 말씀드린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을 앞에 두면,
하등 쓰잘머리 없는 것으로 애정도를 확인하는 내 아이 같은 습관 때문이었을 텐데,
참 고맙게도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음료를 정확히 내 눈 앞에 가져다 주었지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 같고,
때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은 얼굴로 동문서답을 하는 당신을 보고 있자면,
복장이 터지다가도 그냥 웃음이나버린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아마도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 많이, 당신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 나의 감성코드를 이해하지 못해서 '이게 뭐?'하고 반문하는 당신.
그 앞에서 '이걸 몰라?'서운하다 말고, 열심히 설명하는 나와 여전히 못 알아 듣는 당신.
한참만에 알아 듣고서도 '그게 뭐야?'하며 개구쟁이처럼 웃는 당신.
정말 털털할 것 같은데 단어 하나에 울컥해서 속 이야기를 풀어놓는 당신.
왜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이해시키려는 당신.
그런 가보다 하고 좀 져라.'라고 말하면서도,
'내가 왜'라고 반문하는 당신의 머리를 마냥 쓰다듬어 주고 싶은 내 마음을 아시는지.
아마도 이 마음의 색깔은,
곰돌이젤리나 초콜릿을 사들고 나를 기다렸을 당신의 마음과 닮아 있을 겁니다.
내가 아는 한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 Best Ten 안에 들어갈 것 같은 분입니다.
게다가 생각하는 것, 보는 것 하나하나가 나와 다른 듯 많이 닮아서,
누군가를 '내 사람'의 범주 안에 넣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을 필요로하는 분이기도 하지요.
당신이 누구에게나 웃어주지도, 아무에게나 곁을 주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나는 당신이 건네주는 마음이 더 뭉클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책 주문을 하고, 잠 잘 시간을 나누어 손 편지를 썼을 당신에게,
나는 무엇을 드릴 수 있을까 내내 생각하고 있다면 믿으실까요?
누군가와 인간적으로 가까워지고 나서야 그 사람의 다른 면을 보기 시작하는 내게,
낯모르는 분들이 발간한 소책자는 기실 별 의미가 없는 것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런데 당신께서 선물해주심으로 하여 그것은 전혀 다른 의미로 제게 남게 되었네요.
문학전집을 뺀 자리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 책들을 꽂았으니까요.
먼 거리, 짧지 않은 시간, 거기에 드는 비용.
그 모든 번거로움과 부담을 초월해서 달려오는 당신의 마음처럼,
내 마음 또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오랜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그 자리에 나 역시 함께하기를 소망한다는 것까지.
참 품이 넓어서, 헤량할 수도 없을 만큼 속이 깊어서 그 넓이와 깊이를 가늠할 수도 없는 분.
누구를 만나도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당신이,
어떻게든 중도(中道)를 지키며 걸으려고 노력하는 당신의 모습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굴곡진 삶의 단면마저 스스로 끌어안으면 당신처럼 만사를 편안히 관조하게 될까요?
사는 날이 길어질수록 가리는 것도, 피하는 것도 늘어나는 내게는 여전한 난제이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면 당신처럼 넉넉하게 살아가고자 합니다.
머리띠에 달려 있는 까막 낙엽 하나하나에 당신 손이 닿은 것만 같아서,
단단히 리본의 매듭을 짓느라 당신의 양미간이 살짝 좁아지지 않았을까 싶어서,
망설망설, 나는 그저 당신의 선물을 가만히 매만지기만 했는데.
내일 출근길에는 머리핀을 꽂고 나가야 겠습니다.
배 모양이 프린트 된 하늘색 원피스에 당신이 준 푸른 리본을 달면,
내 마음도 그것을 닮아 조금은 더 푸르러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달라고 하면 주실 것 같아서 부러 댓글도 달지 않고 모른 척 하고 있었는데,
노란 모자에, 핑크색 옷, 파란색 머플러를 한 귀여운 도니가 제게로 왔습니다.
('정윤이 꺼'라고 깨알 같이 메모해서 붙여 놓으시면 너무 좋잖아요! )
사실 지용이(지드래곰)가 혼자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였거든요.
제 방에 있는 곰순이와 언년이는 착한 아이들이지만 지용이(지드래곰) 짝꿍은 아니니까요.
두 녀석을 침대 한편에 나란히 세워두고 그쪽을 바라보고 누우면 어쩐지 마음 한편이 간질거립니다.
내가 출근한 사이에 둘이 놀러가고, 내가 잠든 사이에 둘이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고,
두 아이는 그 어디에서도 아프거나 상처받지 않겠구나 싶어서 가슴 한편 따뜻해지기도 해요.
도니 목에 하트를 달아달라고 말씀 드렸더니,
하트 보다 더 멋진, 지용이(지드래곰)와 같은 자리에 십자 모양의 타투를 수놓아 주셨지요.
하나인 것처럼, 쌍둥이인 것처럼 다른 듯 닮아 있는 두 아이가 참 예쁩니다.
한 땀 한 땀 당신의 마음이 들어 있어 더 곱고 아름답게 다가왔을 이 아이를,
내 마음처럼 귀히 여길 것을 약속드립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스스럼없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나에게,
어디든 달려가고, 처음 마주하는 사람과의 자리도 편안히 어울리는 당신은,
처음 방문하는 나라처럼 많이 낯설고, 조금은 생경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런 나라도,
당신과 마주한 것이 손에 꼽을 만큼이라도 이것만은 알 것 같습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잘 챙겨주는 사람이라는 것.
누군가의 근황을 기억하고 진심으로 염려한다는 것을 말이죠.
당신이 주신 예쁜 엽서 이상으로,
나의 건강을 염려해준 당신의 짧은 메모를 오래오래 기억하겠습니다.
'Betty's Person > Thank's To♡'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평범한 날] 이 순간, 잠시 내게 "무릎"을 내어줄 때. (0) | 2016.02.26 |
---|---|
[Let 다이(多異)] 다른 만큼 특별한, 소소해서 귀중한. (0) | 2015.12.18 |
[어쩌면 기적] 그대가 있는 자리. (0) | 2014.08.12 |
[당신의 마음] 내가 움직이는 단 하나의 이유. (0) | 2014.07.28 |
[영원한 것들] 나를 감싸는 당신의 온기. (0) | 2014.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