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가 있습니다.
내게는 당신과의 만남이 그러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부산은 고사하고 본인이 사는 서울의 지리도 모르는데다 안다 해도 귀찮아서 나가지 않을 나라는 사람이,
언젠가부터 지방행 KTX티켓을 열심히 끊고 또 기쁘게 달려가게 되었으니까요.
당신의 말처럼, 당신을 만나서 조용한 인생이 제대로 꼬여버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당신과 나는 만나야 할 사람들이었다는 매듭이 지어집니다.
(제가 당신을 만나서 인생이 꼬인거라면 그건 당신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러니 아무래도 좋은 거죠.)
술 안주는 초콜릿, 맥주에 빨대를 꽂아 무한 드링킹 하는 당신.
맛이 미심쩍은 음식에 손을 댈 때는 슬쩍 입안에 넣고 반만 깨물어 조심스레 씹어보는 당신.
다정하지는 않아도 속정이 깊은, 만담꾼처럼 입만 열면 사람을 웃게하는 당신.
평소에는(당신 말대로)시크 도도를 표방하다가도 제게 무슨 일이 생기면 원더우먼처럼 찾아오는,
사람이라면 뒷걸음질부터 치는 내가 움직이게 만든, 그래서 참 이상하고, 그래서 참 좋은 루나님.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맨 먼저 든 생각이 '무섭다'라고 말씀드리면 서운해 하실까요?
누군가를 대할 때 그 사람의 눈을 마주보고 대화하려고 애쓰는 제게,
저를 주의깊게 바라보는 것 같은 당신의 눈동자가 어쩐지 어렵게 다가왔거든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주의 깊은 눈을 지닌 것은 상대를 챙겨주고 배려하기 위함이라는 것을요.
아끼는 사람이 무슨 꽃을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즐겨 먹는지,
또 그사람이 무슨 말을 했고, 당신께서 그 사람에게 어떤 약속을 했는지.
소소한 것까지 기억하고
작은선물에도 감동 받는 곱고 여린 당신의 마음.
일정 내내 막내인 저를 챙기느라 피곤하고 지칠법한데도,
전철에서 깜빡 잠든 내게 기꺼이 어깨를 내어주던 당신의 넉넉함이 나는 참 포근했습니다.
(제 부족함을 매력이라 칭해주는 당신을 위해서라도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털털한 당신 스타일에 선물을 준비하고 포장까지 하는 일이 번거로웠을 텐데,
예쁜 색(色)의 가방까지 준비해 담아준 당신의 마음이 나를 얼마나 뭉클하게 했는지 아실까요.
예쁜 사람 따위 파업하고 살던 제가 다시 예쁜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든 영원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당신께서 계속 고기를 구워주셨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런 소모임에 참석한 것이 처음이라는 당신을 제가 먼저 챙겨드렸어야 하는데,
챙겨주시는 걸 쏙쏙 집어먹기만 해서 참 많이 죄송스러웠어요.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말주변은 없고 고기는 익다가 타니까 먹기 바빠짐.)
어쩔 줄 몰라하는 저를 앞에 두고,
'식구를 모두 챙긴 후에 식사를 하는 게 습관이니 괜찮다.'던 당신의 말씀에 마음이 참 찡했더랬지요.
주변 분위기와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고 난 뒤에 속사포처럼 풀어지던 당신의 이야기.
아이처럼 신이나서 두 아이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웃음짓던 당신의 발그레한 얼굴을 기억합니다.
그때 잠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처럼 마음을 나눌 사람이 많이 그리우셨구나.'
그리고 갑작스럽게,
막무가내에 가깝게 찾아간 대구에서 다시 만난 당신은 그때처럼 웃으며 우리를 반겨주셨습니다.
그날처럼 고기를 열심히 구워주고, 간식도 챙겨주고, 안내도 해주시던 당신.
당신의 노고 덕분에 초행이었던 그곳이 마냥 편안하게 다가왔고, 또 아름답게 남았습니다.
당신을 보는 내내 저를 보는 것 같아서 놀랐다는 걸 아실까요?
내가 나의 성향을 바꿀 수 없다면 당신처럼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꼭 한 번 봤을 뿐인데,
제가 좋아하는 예쁜 꽃무늬 파우치에 초콜릿, 귀여운 양말까지 살뜰히 챙겨준 당신.
저와 닮았으되, 비견할 수 없을 만큼 따뜻하고 넉넉한 동동님께 끝인사를 전합니다.
덧말 : 귀한님들께 받기만한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
하루분의 잠을 접은 글로 대신합니다. 부족하나마 받아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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