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Review/내게로 온 문장

[문장이 내게로 올 때]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Betty1983 2014. 11. 2. 02:00

 

 

 

 

 

살아온 게 모두 후회된다는 말은 말이야.

더 이상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애기야.

한 사람이 상대에게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는지는 아무도 몰라.

자기가 어떻게 살았는지만 알면 돼.

 

-임영태 : 아홉번 째 집 두 번째 대문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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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정상궤도를 벗어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약하게 태어나고 연이어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했을 때부터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생각지도 못한 후유증에 병원을 전전하던 그때였을까.

 

내가 나를 향해 '너는 누구니?'라고 묻기 시작했던 그때 그 순간,

문득,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을 인지해버리고 난 뒤 엄습한 초조함에 어찌할바를 모르던 그 어떤 날,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나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선택을 해버린 그날이었을까.

 

세상이 말하는 평범이라는 범주를 벗어나버린 나라는 것을 알면서도 남들처럼 살고자 했던 내가,

내 마음으로부터 눈돌린 채 그렇게 스스로를 배반했을 때 모든 것이 뒤틀렸던 것은 아니었는지.

 

"......"

 

어린 날 나의 치기어린 무지(無知)로,

얼마 살지도 않은, 눈감는 그 순간까지도 알 수 없을 인생(人生)의 의미를 속단해버린 그때부터,

자신의 삶을 후회하기에는 너무도 일렀던 그날부터 모든 것을 후회했으니.

 

결국, 지금의 이 모든 것은 내 어리석음의 소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본다고 달라질 것도, 후회한다고 바꿀 수 있는 것도 없는 지난 날을 모두 후회함으로써,

나 이제 더 이상 그 무엇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거라면,

기꺼이 모두를 후회하고, 마음껏 절망한 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소리내어 울어볼까.

 

그런 다음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찾아도 늦지 않는 거라면,

한점 바람 되어 천공(天空)을 떠돌때라도 이 긴 소풍의 의미를 깨닫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