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정체되어 있으면 안 된다는 강박,
할 줄 아는 게 없으면, 하고 싶은 게 없으면, 뭐라도 해야만 한다는 스스로의 압박으로 계속 수업을 듣고 있다.
브런치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끝나고도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4주 완성 파워포인트 수업을 수강완료 했고,
(몸에 큰 이상이 없다면)10월부터 시작하는 포토샵&일러스트 수업을 들을 요량으로 수강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아직 메모만 해두었을 뿐이지만)액셀은 브런치 수업이 끝나는 대로 시작할 생각이고,
One Day 향수 만들기와 향초 만들기 강좌가 각각 오픈 예정인 것도 체크해 두었으니 시간만 허락하면 듣고 싶다.
손재주가 워낙 젬병이라 예쁘게 만들기는커녕, 망칠 여지가 다분하지만 어디까지나 배우는 건데 어떠랴 싶어서,
결과가 어떻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는데 의미를 두고, 못하면 못하는 대로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기로 했다.
염려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학생 때 자유자재로 다루던 파워포인트도 낯설어 수업 내내 헤매던 내가 본 적도 없는 포토샵을 소화하겠냐는 것인데,
(국비지원수업이라 시작하면 중도에 포기할 수 없으니)최악의 경우 출석체크만 하고 수업 내내 멍청할 수도 있어서다.
(그 가정만으로도 이미 스트레스를 받는지라 내심 손대기도 싫지만 뭐든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게 아닌가.)
나는 너무 오래 주저앉아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지만,
사람에 대한 희망과 삶의 의지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초점을 잃은 눈동자와 노랗게 뜬 낯빛뿐임을 체득하고 나자,
이렇게 칙칙한 얼굴, 부서진 마음을 따라 점점 망가지는 몸을 감당하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해서 경옥고도 먹고,
카카오에서 판매하는 Led레이저 마스크를 구입해서 매일 밤 사용하며 세상 다 산 것 같은 낯빛을 지우려고 노력한다.
(믿을 것은 부모님과 돈뿐이라는 생각에 이리저리 쪼개며 모으고 살았지만 이지경이 되고 보니 아껴서 뭐하나 싶다.)
(빈 소리인지는 몰라도)사람들은 아니라는데,
한의사도 그 정도는 아니라는데 내 눈에는 왜 이리 노랗고 거무죽죽해 보이는지 딱 인생에 절망한 사람의 낯빛인 거다.
(내가 이때껏 이런 몰골로 거리를 나다니고, 이런 얼굴로 사람들을 마주하고 살았다고 생각하니 정말 진저리가 났다.)
나는 지금 당장 죽어도 아무 상관이 없지만,
아물지 않는 내면의 상처와, 기를 쓰고 버틴 지난 시간에서 비롯한 심리적 고단함이 얼굴로 드러나는 것은 정말 싫다.
누군가 내 마음을 이용하고 버렸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는 현실이고, 내가 오늘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살아야한다면,
적어도, 스스로의 절망에 내가 잠식당하는 일은 없기를, 부디, 이 삶의 마지막까지 찬란하고 아름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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