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Review/가슴속 그 영화

[Latter Days] 사랑, 끝내 내가 선택하게 될 가치.

Betty1983 2014. 4. 5.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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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아니, 믿지 못한다.'

 

나와 닮은 영혼을 지닌 누군가를 열망하지만,

나와 꼭 같은 눈을 지닌 당신이 내 삶으로 뚜벅뚜벅 걸어와 일상을 흔든다면,

나는, 내 손으로 모든 것을 부수고 달아나버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을 간절히 소원하고 절실히 소망하며

결국은 당신에게 예속 될 그 언젠가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 모든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당신은 이미 모든 것을 초월하여 내가 넘지 못한 나마저 넘어선 존재일 테니까.

지금 사랑을 믿지 못하는 나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모두를 걸어 사랑하게 될 당신에게 이 글을 남긴다.

 

 

 

 

 

 

아      론 : 너 안 거지?  내 최악의 비밀. 네 덫에 넘어간 내가 구역질나.

크리스천 : 난 널 촌뜨기라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네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워 보이는지 안다면 왜 그러는 건데?

아      론 : 넌 아무것도 믿지 않지?

크리스천 : 그렇지 않아.

아      론 : 그럼 말해봐. 네가 진정으로 믿고 있는 것 한가지만 말해봐.

크리스천 : 앤 마가렛이 떳떳하지 못했다는 거.

아      론 : 네가 그러는 거 봤어? 그게 네 일생을 걸만한 일이냐고!!  너 자신을 봐. 잘생기고 화려하지. 겉모습은 말이야.

                 하지만 속은 텅 비었어. 너는 걷고 말하는 머쉬멜로우 덩어리 같아.

크리스천 : 편견이야.

아      론 : 사실이라면 편견이 아니지. 내가 뭘 하려고 했었는지 믿을 수가 없어. 아무것도,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

 

동성애자인 크리스천은 그 어떤 유대나 구속도 없는 자유로운 관계를 (냉정히 보면 공허한) 추구하며 살아간다.

집을 잘못 찾아온 낯선 사람과 하룻밤 몸을 섞는 일즘은 '친구들 사이의 재미'로 치부하며 쾌락만을 좇던 그에게,

누구보다 신실한 믿음을 지닌 몰몬교 전도사 아론의 존재는 삶의 기저를 흔들고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된다.

 

처음, '아론과 잠자리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친구들과 50달러 내기를 건 것이 둘 관계의 발단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천 자신이 알게 모르게 자신과 닮은 영혼을 가진 아론에게 끌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론은 크리스천을 통해서 오랫동안 감춰왔던(어쩌면 영원히 부정하고 싶었을)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게 되었으나

섹스를 악수처럼 생각하며, 제가 무엇을 버리려 했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크리스천에게 상처 받는다.

아론이 절규하듯 내뱉는 질문, '넌 아무것도 믿지 않지?' 그 물음에 왜 내 가슴이 덜컥 했는지. 가슴 한편이 싸하다.

 

그리고 시인한다. '그래. 난 아무것도 믿지 않아. 심지어 나 자신조차도. 사랑 따위 개나 줘버렸으면 해.'

 

 

 

 

 

 

크리스천 : 눈은 진짜 싫어.

애      런 : 여기서 뭐해?

크리스천 : 뒤쫓아 왔어. 말도 없이 떠날 수 있는 거야?

애      런 : 내 선택이 아니야. 집으로 귀가조치 당했어. 아마도 재명 당하겠지.

크리스천 : 고작 키스했다고? 그건 그냥 키스 였잖아. 정말이지......

애      런 : 이해를 못하는구나.

크리스천 : 미안해. 이런 상황에 익숙지를 못해서.

                누구 앞에서 바보같이 군적 없었어. 누군가에게 이런 감정을 가져본 것도 처음이고.

애      런 : 네가 갖지 못한 남자들 때문에? 다음 주에는 다른 사냥감을 노리고 있겠지.

크리스천 : 네가 틀렸다면 어쩔래? 내 비참한 내 인생에도 사랑이 생겨나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면? 

                내 인생에 등불을 밝혀줄 사람이라면! 그래서 모든 게 변했다면?

                내가 평생을 기다려온 사람이 너인데 보내야만 한다면?

애      런 : 넌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

크리스천 : 제길. 뭐가 문제야? 하늘에서 내려온 황금서약을 원하는 거야?

                대신, 내가 말하고 있잖아. 너를 사랑한다고. 이 눈속에서. 기적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동료의 사고 소식에 온몸을 떠는 애런을 진정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던 크리스천의 입맞춤은 결국 그들을 갈라놓지만.

애런이 떠난 것을 안 크리스천은 '생에 처음으로' 떠나는 누군가를 붙잡기 위해 달린다. '제일 싫어하는 눈보라를 뚫고.'

 

크리스천의 나이 열 세살, 아버지와 함께 떠난 겨울 사냥 길에서 눈보라를 만나, 사경을 헤매었던 트라우마가 있다.

그의 아버지는 혼자 살겠다고 아들을 버리고 도망쳤고 동굴에서 저체온증으로 떨던 그를 구한 것은 낯선 사내의 온기였다.

 

'호모 새끼를 키우느니 죽어버리겠다.'는 소리를 일삼던 아버지와 '호모가 되느니 죽어버리겠다.'고 생각 했던 어린 아이.'

작고 여린 영혼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신을 감싸안은 온기 앞에 '동성애자가 되면 이런 느낌일까.' 생각했다고 한다.

 

눈을 증오해마지 않던 크리스천,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보라를 뚫고 달린 힘은 오직 사랑, 애런을 향한 진실 된 마음이었다.

 

난 내게 묻는다. 넌 너의 사랑을 위하여 무엇을 내놓을 수 있느냐고. '내게도 사랑이 허락 된다면 나의 전부를 걸 거야.'

 

 

 

 

 

 

애      런 : 난 이미 지옥 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극적인 순서를 밟겠지.

크리스천 : 네가 믿는 신은 어떤 거야?

애      런 : 신이 아니라 내 전부, 오늘밤은 바로 너야.

                 난 방금 완전히 등을 돌린 거야. 너 같은 사람들은 알 수 없을 거야. 완전히 의절된다는 걸.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것도 잠시 뿐, 하룻밤의 사랑을 끝으로 애런은 크리스천의 곁을 떠난다.

자신이 전도사의 길을 떠날 때 아버지에게 받은 증조할아버지의 유품, 회중시계만을 크리스천에게 남긴 채.

(회중시계로 표현되는 애런의 마음, 그는 이미 자신의 연인에게 제가 가진 전부를 남기고 간 것이리라.)

 

애런이 자신에게 주고 간 것이 무엇인 줄 알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서 그가 포기한 것이 무엇인지 온전히 이해했기 때문에,

크리스천은 처음처럼 한달음에 애런을 잡으러 달려갈 수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도 없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병을 앓던 크리스천은 절실한 마음으로 애런을 찾을 방법을 강구하고 그에게 달려갈 방법을 찾는다.

 

크리스천이 알고 있었던 사실은 단 한 가지, 그가 아이다호 근처에 사는 '애런 데이비스'라는 사실일 뿐이었고,

그 정보만을 가지고 백방으로 애런을 찾아 그에게 연락을 취한다. '아들은 당신과 통화할 필요가 없다.'는 대답을 듣지만.

(애런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 했다는 것만으로도 크리스천, 그는 뛸 듯이 기뻐한다.)

 

지금 나는 되묻고 있다. 네게 사랑은 무엇이냐고.'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 충분한 것. 그것만으로도 그저 행복한 것.'

 

 

 

 

 

 

애런 : 엄마 그냥 날 봐줬으면 좋겠어요.

엄마 : 보고 있잖아. 내가 더 볼 게 있는 거니?

애런 : 아니오......

엄마 : 그 사람 이름이 크리스천이지? 그 놈이 대체 너한테 무슨짓을 한 거야!

애런 : 그는 나를 사랑해요.

엄마 : 그런 말 하지마! 그게 얼마나 터무니 없는 말인 줄 아는 거니? 그게 얼마나 혐오스러운지 아냐고!!

         남자끼리? 남자가? 아니, 여성이 너에게 사랑의 관계를 가져다 주는 거야.

         다시는 그에 대해 생각도 하지마. 절대로. 넌 모두가 알고 있는 실수를 짊어져야만 해.

애런 : 내가 한일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대체 난 어떤 사람이죠?

 

크리스천이 애런을 찾은 기쁨에 도취 되어 있는 사이, 애런은 자신의 본 모습을 인정해 주지 않는 부모님과 갈등을 겪는다.

'네 영혼을 고작 50달러에 팔았다. 그 놈은 널 갖고 논거다.'라는 어머니의 말에 '그럴 리 없다.'며 강한 믿을 보이는 애런.

 

애런이 자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이유는 크리스천에 대한 사랑이 변하거나 그를 향한 배신감에 절망한 탓이 아니다.

어디서나 자신을 피하는 사람들, 교회에 머물 뿐 집에 들어오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책임까지 묻는 세상에 지쳐서이리라.

 

사랑한 건데, 단지 사랑했을 뿐인데,

자신이 이런 모습을 지닌 사람일 뿐인데, 모두가 다치고 마는 아이러니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여기서 나는 문득 울고 싶어진다. '사랑할 뿐인데, 그 마음 때문에 누군가가 다쳐야 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하지?'

 

 

 

 

 

 

키     스 : 그렇게 시간만 끌다간 문제가 심각해지기만 할 거야.

               뭔가 해야만 해. 행동해야 할 시간이야. 해결 방법을 찾자.

크리스천 : 지금 계시 받은 거예요?

키     스 : 아니, 친구로써 하는 말이야. 

 

불꺼진 방안에 앉아, '화요일 새벽 3시 잠이 안 온다, 망가진 내 몸이 고쳐지길 기다리는 것 같다.'는 일기를 쓰는 크리스천.

'신문도 다 읽고, 설겆이도 다 했는데, 할일도 없는데 이렇게 앉아서 생각한다.'던 그 독백이, '애런이 그립다.'로 들려왔다.

보고 싶다는 말보다, 그립다는 속삭임 보다, 사랑한다는 외침보다,  어떤 절규보다, 그 무엇보다 내게는 간절히 남아 있다.

 

여기서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될 중요한 키워드, 크리스천의 룸메이트이자 친구인 줄리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크리스천이 일기를 쓰고 있던 새벽에 귀가한 줄리, 그가 두고 들어간 일기의 내용에 곡을 붙여서 뮤직비디오까지 찍는데,

(그녀는 가수 데뷔 준비 중이다.) 그것이 두 사람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고리가 된다. 마치 우연을 가장한 운명인 것처럼.

 

오랜 친구의 충고를 따라 애런의 집을 찾은 크리스천이, 그의 어머니를 만나고도 그리운 애런의 안부조차 묻지 못했을 때,

'제가 얼마나 죄송스러워 하는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그가 받은 고통이 생각나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크리스천을, 그리고 애런을 온전히 이해했고, 마치 처음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두 사람의 사랑을 완전히 받아 들였다.

 

그리고 나는 되뇌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면, '나는 기꺼이 당신을 택하겠노라고.'

 

 

 

 

 

 

애런 : 병원 수술 후에 우리 부모님이 나를 그곳에 보냈죠. 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어느날 밤에 칫솔로 바닥을 청소하고 있었는데, 그때 들은 거에요. 그 목소리를요. 천사 같았어요.

          TV 소리였지만요. 이상한 우연이었죠.

라라 : 난 우연은 믿지 않는데. 요즘 난 기적을 믿어.

애런 : 그럴지도요. 왜냐하면 노래하던 가수는, 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내게는 정말 유명한 사람이었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내게 그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줄리의 노래를 들은 크리스천의 친구 키스가 음반제작자에게 그 테이프를 넘겨 주었던 것은 '그저 노래가 좋아서'였을까.

자살기도 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되었던 애런이 크리스천의 친구인 줄리의 노래를 듣게 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애런이 전도사로 활동하던 시절, 거리에서 눈물을 쏟던 여자에게 작은 위로를 건낸 것은 '그저 사소한 호의에 불과'했을까.

애런에게 고마워하며 '언제든 들르라'는 말과 함께 명함을 건네준 그녀가 '크리스천이 일하는 레스토랑의 오너'인 것까지?

 

 도대체 우리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연결 되었을까. 사소하기 그지 없는 우리의 일상,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하루라도.'

 그 작은 점들이 모여 하나의 밑그림이 되고, 인생(人生)이라는 작품이 된다는 것이 나를 멍하게, 또 뭉클하게 만들었다.

 아직 흩어진 점들같이 느껴지지만, 요즘들어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던, 그래서 아름답고 재미있고  좋다던 애런.

 

 그의 독백을 곱씹으며 정말 우연처럼, 기적처럼 '내게도 당신이 올까.' 생각해 본다. 크리스천과 애런이 다시 만난 것처럼.

 

 그리고 대답한다'내가 믿는 사랑은 내 전부, 내게 다가올 그대라고. 그대가 오지 않아도 나는 이미 사랑을 믿는다고.'  

 

   

더불어 별과 대화하는 마음으로, 이 순간 내 마음을 점령하고 있는 그 아이를 향해 '들리지 않을 나의 마음을 속삭여 본다.'

     

사실 난 두려웠어. 마치 오래 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내 마음속으로, 일상 속으로 걸어오는 널 보면서 계속 당황했으니까.

나는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었고, 어디로든 달아나고 싶었고, 네가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 버리고 싶었어.

내 마음이 담긴 글, 내 일상과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너의 얼굴을 지워서라도. '그렇게라도 나는 저 멀리 사라지고 싶었어.'

그런데 난 지금 인정해. 내 눈앞에 있는 네가 꿈이고, 망상이고 또 환상이라도 달아나서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어떤 의미로든 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아름답고, 재미있고, 정말 좋다는 애런의 독백을 '지용이, 널 위해 남길게.'

 

 

덧말 : 좋은 영화 권해주시고 챙겨서 보내주신 귀한 독자님께도 감사드려요. 아마도 오래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아요.^^